여러분은 한때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구하라법에 대해 들어보셨을 겁니다.
부양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세상을 떠난 자식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도록 한 법입니다.
2019년 가수 구하라 씨 친모 사건 (구하라 씨 사망 후 20년 동안 연락 한번 없다가 갑자기 나타나 친모임을 앞세워 재산을 상속받아간 사건) 이 알려지면서 법안이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국회에서 계류 중입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2세 된 자식 등 3남매를 버리고 집을 떠난 뒤 아들의 실종 소식에 54년 만에 나타나 상속권을 주장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의 유류분제도의 허점인데요. 그동안 유류분제도에 대해서 말들이 참 많았습니다. 폐륜적인 상속인에 대해서도 법을 내세워 재산을 분배해줘야만 했으니까요.
유류분은 말 그대로 피상속인 (고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속인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로 유언과는 무관하게 분배되는 재산입니다.
예를 들어 고인이 배우자에게는 상속재산을 남기지 않고 전 재산을 자녀에게 유증 하였다면 배우자는 자녀에게 유류분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유류분 제도는 유언만으로 상속이 이루어지면 특정인에게 유산이 몰려 나머지 다른 가족들의 생계가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으로 1977년 민법에 규정된 제도입니다.
고인의 유언보다도 더 우선하는 제도인 유류분 제도가 47년 만에 바뀌게 됩니다.
가족 구성원에게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 (배우자, 자녀에게 1/2. 형제자매에게 1/3)의 유산을 상속하도록 하는 민법상 '유류분 제도' 일부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피상속인(고인)의 형제·자매에게는 유류분을 주지 않는다, ▶아무 조건 없이 유류분을 인정해서도 안된다. ▶유류분 산정 시 기여분을 반영해야 한다"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5일 피상속인의 형제, 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의 4호를 위헌으로 판단했습니다. 이로써 피상속인의 형제, 자매도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었던 법 규정은 이날 즉시 효력을 잃게 됐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형제·자매는 고인 생전에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 기여한 점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유류분 권한을 부여받고 있었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 따라, 이제부터는 유류분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고인의 배우자, 직계존속(부모·조부모), 직계비속(자녀·손자녀) 뿐입니다.
헌재는 나아가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이기만 하면 무조건 유류분을 청구할 권리가 있고 유류분 산정 시 생전 고인에 대한 부양 등 재산 형성 과정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에도 헌법불합치 (관련 법이 개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법적 효력을 인정해 주는 헌재의 변형결정 중 한 가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돌보지 않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의 패륜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라며 "피상속인을 오랜 기간 부양한 상속인이 재산의 일부를 증여받더라도, 유류분 반환 청구 때문에 증여받은 재산을 다시 반환해야 하는 부당한 상황이 발생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유류분 제도의 위헌에 대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그동안 의무는 저버린 채 가족이라는 허울을 내세워 자신의 이익만 챙겨가려는 이들을 제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결과라 하겠습니다.